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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22. 역선택 문제 : 레몬법을 중심으로

by Innate Sense 2023. 6. 18.

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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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는 시장에서 판매자가 파는 재화의 속성에 대해 구매자보다 정보가 많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구매자는 재화에 대해 판매자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이상 판매자보다 재화의 정보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판매자가 구매자를 맘먹고 속이려고 들면 구매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품질이 낮은 재화를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선택 문제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시장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역선택 문제를 레몬법(Lemon Law)이라는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대응 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레몬법(Lemon Law)과 역선택 문제

레몬법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는 역선택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역선택 문제는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할 때,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품질이 낮은 상품이 시장에 더 많이 유입되는 문제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레몬법은 중고차 거래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매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자동차의 실제 품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구매자는 이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가 많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좋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보다 자기 자동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자는 자기가 혹시 불량품(lemon)을 사지 않을까 우려하게 됩니다. 이런 저품질 문제 때문에 키로수가 높지 않은 중고차가 신차에 비해 가격이 수백만 원이나 낮게 매겨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품질이 좋은 중고차와 품질이 나쁜 중고차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레몬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1975년에 만들어진 미국의 소비자보호법의 일종으로, 정식 명칭은 미국 상원 의원 워렌 매그너슨(Warren G. Magnuson)과 미국 하원 의원 존 모스(John E.Moss)의 이름을 붙여서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이고 간단히 레몬법이라고도 합니다. 자동차 또는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어서 일정 횟수 이상으로 품질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레몬법의 경제학적 분석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Akerlof)는 1970년에 발표한 논문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에서 이러한 역선택 문제를 분석하였습니다. 애커로프는 자동차 시장에서 품질의 불확실성이 구매자들의 선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애커로프는 품질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구매자들은 중고차에 대한 기대 수준을 조정하게 되고, 이는 품질이 좋은 차량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품질이 나쁜 차량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경향을 가져옵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품질이 좋은 차량이 구매자들의 선택에서 배제되고, 대신 품질이 낮은 차량인 '레몬'이 지배적으로 거래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역선택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

레몬법은 역선택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정부나 기업들이 다양한 전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정보의 대칭성을 증진시키고 구매자들이 품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 정보의 대칭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는 소비자 보호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합니다. 이를 통해 판매자들은 제품의 품질 정보를 공개하고, 구매자들은 해당 정보를 확인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중립적인 제3자의 인증과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구매 전에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셋째, 상품에 대한 보증 제도를 도입하여 구매자들이 만약에 품질이 낮은 상품을 구매한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레몬 상품에 대한 위험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9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되어 새 차를 구매한 후 동일한 결함이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18년 7월 31일에 자동차관리법 시행을 위해 '한국형 레몬법'을 포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였으며, 입법예고하였습니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교환·환불의 요건과 환불 기준, 교환·환불 중재 절차 등 세부 사항이 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신차를 구매한 후 중대한 결함이 2회 발생하거나 일반 결함이 3회 발생하여 수리를 한 뒤에도 결함이 다시 발생하면 중재 과정을 거쳐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하도록 되었습니다. 중대한 결함에 해당하는 장치의 범위는 법에서 정한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제동장치 외에 주행·조종·완충·연료공급 장치, 주행 관련 전기·전자 장치, 차대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러한 교체·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중재 과정은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로 구성된 법학·자동차·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행합니다.

환불 기준에 따르면, 계약 당시 지불한 총판매가격에서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사용 이익은 공제되지만 필수 비용은 포함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용 이익은 우리나라 승용차 평균 수명을 주행거리 15만 km로 가정하여 비례적으로 계산됩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와 신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교환·환불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하자 발생 시 신차로 교환·환불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환불액 산정에 필요한 총판매가격과 인도 날짜 등을 명시하며,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합니다.

 

결론

레몬법을 통해 경제학에서 역선택 문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품질이 낮은 상품이 시장에서 지배적으로 거래되는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대칭성을 증진시키고 구매자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시행함으로써 역선택 문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