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국민에게 거둔 세금으로 국방, 행정 및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조세제도를 어떻게 설계하였는가에 따라 이른바 조세의 귀착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조세제도를 통해 의도한 바와 달리 세금을 내야 할 경제주체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즉 어떤 조세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 경제주체는 누구인지를 분석해 보는 것이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주제입니다.
조세의 귀착이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조세의 귀착이란 조세 부담이 조세를 직접 납부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다른 경제 주체로 전가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조세의 귀착에는 법적 귀착과 경제적 귀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법적 귀착은 조세법상으로 누가 조세 납부의 의미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제젝 귀착은 법적 귀착과 달리 실제로 누가 조세를 부담하는가를 말합니다.
법적 귀착과 경제적 귀착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조세 부담이 다른 사람에게 전가(shifting)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조세를 직접 납부하는 주체가 조세 부담을 간매하고 받아들이나, 실제로는 이 부담이 다른 경제 주체로 이전 될 수 있습니다.
조세 귀착의 종류
조세의 귀착은 그 종류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전방귀착' 입니다. 조세의 귀착이 생산물의 거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자에게 부과한 조세를 최종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부가가치세(VAT)를 들 수 있겠습니다.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 판매자가 부가가치세를 부과받지만, 이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에 포함되어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됩니다.
다음으로 '후방귀착' 입니다. 조세의 귀착이 생산물의 거래 방향과 반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전방귀착과 반대로 요소공급자에게 부과된 조세가 궁극적으로는 생산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셋째는 '소전' 입니다. 생산자가 경영 합리화 등을 통해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조세 부담을 흡수하는 것으로, 조세는 납부하지만 실질적으로 누구도 조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넷째는 '자본화' 입니다. 부동산 등과 같이 공급이 고정된 재화의 경우, 그 재화의 가격이 조세 부담의 현재 가치만큼 하락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법인세는 누가 부담하나요?
법인세는 조세의 귀착에 대한 분석이 조세정책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 성향에 따라 법인세부과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거리입니다. 주로 보수 성향의 정부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하여 기업활동을 촉진하려고 하고, 진보 성향의 정부에서는 법인세를 상향시켜 정부정책에 사용할 세수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개인들은 세금을 직접 부담하는 것보다 법인, 즉 기업들이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법인세율이 오른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하기 전에, 법인세를 결국 누가 부담하게 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세금은 결국 사람들, 즉 개인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법인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 법인들은 세금을 내는 기능보다는 결국에는 세금을 거두는 것에 가까운 기능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법인세가 결국에는 소비자, 직원들에게 귀착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동차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정부가 자동차회사의 이윤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과세하겠다고 발표를 합니다. 세금이 부과되고 자동차회사의 이윤은 감소하게 됩니다. 회사 경영자들 뿐 아니라 회사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주주들의 반발에 자동차회사는 투자를 줄이게 되고, 직원들을 덜 채용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회사에 대한 과세를 통하여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직원들의 임금은 감소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단편적인 사례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법인세 인상은 마치 이익잉여금으로 돈을 쌓아놓고 있는 탐욕스런 부자 기업들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요, 공급의 가격탄력성과 조세의 귀착
수요, 공급의 가격탄력성과 조세의 귀착간의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일단 수요가 탄력적이거나 공급이 비탄력적이면 생산자 부담이 큽니다. 수요가 완전탄력적이거나 공급이 완전비탄력이면 조세는 모두 생산자에게 귀착됩니다. 어떤 분은 탄력적=똑똑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요, 즉 소비자가 탄력적일수록(똑똑할수록) 부담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반대로, 수요가 비탄력적이거나 공급이 탄력적이면 소비자 부담이 큽니다. 수요가 완전비탄력적이거나 공급이 완전탄력적이면 조세는 모두 소비자에게 귀착됩니다.
탄력성에 따라 조세 부담이 발생하는 이유는 탄력적일수록 비탄력적인 경제주체보다 협상력(bargaining power)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효율성과 공평성의 조화가 가능한가
세금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효율성과 공평성 양쪽 모두라는 점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가지 목표는 상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간에 조세부담 문제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도 사람에 따라 효율성과 공평성의 비중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부자감세 문제가 이슈가 되곤 합니다. 부유층에 대한 세율이 너무 낮다는 주장과 이미 충분히 부담을 지고 있고 더 부담을 지우면 부자들이 나라를 떠나거나 자본도피가 일어난다는 주장이 팽팽하죠. 역사적으로는 부자 증세 문제로 인한 자본도피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나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2012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 버는 고소득자들에 최고 75%에 달하는 소득세를 물렸던 바 있습니다. 자본가들이 속속들이 프랑스를 이탈하였고 국적 포기자들도 속출했습니다. 결국 올랑드 전 대통령은 소득세를 다시 낮췄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이 당시에 벨기에에 귀화 신청을 하여 논란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경제학만으로는 효율성과 공평성 둘 다 달성은 불가능합니다. 결국엔 정치적인 해법과 맞물릴 때 가장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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